▲ 송민규 신임 교수
Q. 교수님의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2025년 3월부로 전기전자공학부로 합류한 송민규라고 합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약 4년간 미국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 후에 고려대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제 연구분야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의 기본 단위인 트랜지스터, 메모리 소자 등의 ‘반도체 소자’에 관한 연구입니다. 박사 학위 과정 중에는 단백질 등의 생체물질들의 독특한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자연 모사 반도체 소자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였고, 박사후 연구원 시절에는 흔히 ‘뉴로모픽 소자’라 불리는 뇌 모방소자 및 3차원 적층 소자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였습니다.
Q. 고려대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게 되시나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 기술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GPU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도 그 단적인 예죠. 저는 기존 디지털 소자 방식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계산을 수행하는 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인공지능 연산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 기술이 있는데요, 메모리 소자를 연산소자로 활용해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고, 전력 효율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뉴로모픽 반도체의 핵심 개념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자들을 HBM처럼 3차원으로 적층해 초고집적 연산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 송민규 교수가 개발한 레고와 같이 조립/재조립이 가능한 3차원 적층 AI 하드웨어 (출처: Nature Electronics)
Q. 연구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요?
제가 전기전자공학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사실 코딩인데요.. 부끄럽지만, 반도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한 부분이 전기전자공학 분야 중에 제일 코딩을 안하는 것 같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연구란 것을 해보고 싶었으나 수학, 코딩을 싫어하는 학생이었던 저는 거창한 계기없이 자연스럽게 반도체 분야에 오게되었네요. 연구를 하다보니, 학교란 곳의 매력은 세상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를 해보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있다는 것에 매료되었고, 기존 디지털 세상을 재료/소자/회로까지 모두 바꾸면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뉴로모픽이라는 연구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다보니 결국엔 수학도 코딩도 많이하게 되어버렸다는게 반전이지만요.
흔히 반도체 소자 연구는 장비를 다루고 손으로 샘플을 만들다보니, 다소 고리타분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분야가 건물의 벽돌과 같이 큰 반도체 산업의 가장 기반이 되는 곳에서 시작하여, 회로-설계-소프트웨어까지 전반적인 이해를 통해 굉장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연구분야라고 생각하고, 또 그만큼 앞으로의 연구할 것이 넘쳐날 뿐 아니라,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첫째로는 능동적인 공부를 하시라는 것입니다. 정규교육 속에서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같이 우수한 학생들은, 외우고 이해하고 주어진 문제를 푸는 ‘공부’라는 것에 익숙하고 잘합니다. 하지만 대학원에 가면서 제가 느낀 어려움은 첫째는 연구는 내가 문제를 만들고 문제를 푼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시험지를 만들어주지않고, 교과서 범위도 알려 주지 않는데, 내 자신이 공부할 것을 찾고, 문제를 설정하고 푸는 방법까지 만들어서 풀어내야하는, 그야말로 생전 해본적이 없는 활동이라는 점이 참 어려웠습니다. 학부 시절에 이러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할뿐더러, 여러분이 배우는 과목을 항상 의심하고, 비판하고, 제시하는 능동적 공부를 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서 더 나아가 한 명의 공학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둘째로는 여태까지는 평생 손으로 푸는 시험을 통해 나를 평가받아왔다면, 졸업을 하고나면 ‘발표’라는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이 많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연구자는 데이터와 숫자로 승부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말과 발표자료로 평가받는 상황이 훨씬 더 많습니다. 원래 잘하는 학생도 있고 못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공부를 잘해서 고려대에 들어오는 것 보다는 발표를 열심히 연습해서 잘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발표의 기회가 온다면 회피하지 마시고, 도전들을 하면서 실력을 쌓으시는 것을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