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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보완 때 ‘놓친 나무’ 다시 봐야<한겨례 칼럼 -강철희교수>

왕경택 2011.10.04 Views 1044

조직개편 보완 때 ‘놓친 나무’ 다시 봐야
<강철희/고려대 공대 교수, 한국통신학회 명예회장> 한겨례신문 2008/1/29일자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의 부처 개편 계획에 따라 상당수의 부처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부처의 축소, 통폐합이 거론되고, 각 부처들은 존속의 필요성을 나름대로 강변하고, 관련된 사람들이 측면 지원하느라 분주해지는 계절이 이번에도 또 되풀이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 내용에 의해 폐지, 흡수라는 딱지가 붙어 피점령자 신세가 된 부처는 살아남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한 저항을 한다. 분산되어 있거나 중복되어 있는 부처 기능을 한데 모아 융합시킴으로서 국민에게 적은 비용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함이 인수위의 기본 취지일 텐데, 돌아가는 정황은 존폐 그 자체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
기존 부처의 짜깁기가 아니라, 정부 전체의 모든 기능을 풀어헤쳐서 중복된 부분은 단일화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서비스 받기가 번잡한 분산된 기능은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부처를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철학을 갖고 조직개편에 임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랬어야만 점령자와 피점령자의 불평등 개념이 아니라 새 정부의 새로운 부처에서 모두 새롭게 근무한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새롭게 탄생되는 부처에 풀어헤쳐 놓은 기능을 어떻게 할당시킬 것인가도 신중해야 한다. 개편 전 부처에서 일관되게 추진되어온 업무를 여러 개로 나누어 다른 부처로 할당할 때 기존 업무를 추진해온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탁상 전문가가 실제 업무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두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정보통신부의 서비스 기능과 네트워크 기능을 분리시킨다고 한다. 정보통신 서비스란 네트워크를 기반구조로 해서 다양하게 제공되고 발전해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서로 다른 부처로 나누겠다는 시도 또한 재고되어야 한다. 기술개발의 순서를 보면 원천, 응용, 상용화 개발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여기서 상용화는 분리시킬 수 있으나 원천과 응용은 일관되게 관리되어야 훌륭한 기술이 탄생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작은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의 정보통신부에 해당하는 우정성을 총무성으로 통폐합한 결과, 일관된 정책 수행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러 사업이 제때 의사 결정이 되지 않아 목적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예가 있다. 최근 와서 통폐합의 잘못을 깨닫고 뒤늦게 ‘정보통신성’이라는 주무부처 부활을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정부 조직의 슬림화를 이루려면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택된 분야에서 중복을 지나치게 허용해도 안 되겠지만,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의 중복을 허용하는 것은 안전장치로서뿐만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선진국형 개혁 방안이라 할 것이다. 마치 사람에게 적절한 지방이 필요불가결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 조직에도 적절한 중복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향후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시는 인수위의 안에 현명한 수정과 보완이 가해지길 바란다. 나무만 보다가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만 보다가 나무를 놓쳐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은 더 큰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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