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해범 신임 교수
Q. 교수님의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5년도 3월에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컴퓨터분야에 조교수로 부임한 이해범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입니다. 고려대에 합류하기 전에는 카이스트의 황성주 교수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캐나다 Mila 연구소의 요슈아 벤지오 교수님께 포닥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Q. 고려대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게 되시나요?
저희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는 System-2 machine learning, 즉 기존의 System-1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단계에서 인간의 의식과 유사한 복잡한 추론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System-1은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단순한 무의식적인 인지모델이라면, System-2는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실 관계들 속에서 현재 상황 및 질문에 해당되는 지식들을 적절히 걸러내어 조합하고 그에 기반하여 반복적인 추론을 통해 최종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모델을 의미합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특히 월드모델 기반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예: ChatGPT)들은 환각이나 비일관적인 답변 등에 취약하고, 이는 세상에 대한 지식에 대한 어떤 명시적인 (explicit) 모델이 없기 때문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기존 LLM의 장점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명시적인 월드모델을 병합할 수 있을까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 및 계획 중에 있습니다.
Q. 연구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요?
저는 박사과정 동안 메타러닝, 즉 어떻게 하면 다양한 태스크들에서 현재 주어진 태스크에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무렵 LLM의 등장으로 인해 언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메타러닝을 할 수 있는 방식이 마련되었고, 그에 따라 메타러닝이라는 연구분야의 인기가 점차 식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LLM이 여전히 메타러닝 관점에서 부족한 점, 즉 메타 지식의 구조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중요한 이슈로 남아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신 캐나다의 요슈아 벤지오 교수님께 포닥을 하면서 System-2 딥러닝에 대해서 연구를 하게 되었고, 월드모델 기반 기계학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 월드모델, 즉 메타 지식의 구조를 다양한 방면으로 탐색하여 현재 LLM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현재 LLM의 구조와 추론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이지만, 만약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기존 LLM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단서를 찾는 데 학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제가 이제 갓 신임 조교수가 되어 아직 연구에 대한 식견이 다른 선배 교수님 및 연구자분들에 비하여 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공학이라는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변할지 미래를 예측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학부 입학할 당시만 해도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 입에 풀칠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인공지능의 인기로 인해 컴퓨터 공학의 인기가 치솟았죠. 하지만 최근 다시 LLM의 등장으로 인해 인기가 꺾이고 있습니다. 이를 미리 예상하고 대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또 제가 박사과정 동안 밤을 새워가며 연구했던 메타러닝이라는 분야는 제가 대학원생일 때만 해도 각광받는 연구 분야였지만 최근 그 수요가 급감했고 저 또한 이러한 상황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AI 분야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되는데, 첫 번째는 정말 뛰어난 이론적 분석능력, 즉 수학을 박사과정 동안 깊이 있게 전공하여 AI의 최신 모델 및 알고리즘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수학적/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랑을 갖추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실험적 연구를 하되 최신 트렌드에 맞는 연구 주제를 끊임없이 찾아낼 수 있는 연구적 직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이 되었든 간에 변화는 피할 수 없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학부생 분들께서 최근 급변하는 분야에 대한 수요 및 취업시장에 대해서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바이지만, 공학자라면, 공학을 선택했다면 어쩔 수 없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주변 환경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이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 조건에 휘둘리기 보다는 본인이 흥미를 느끼고 강점을 보이는 부분을 학부 시절 동안 탐색하는 데 시간을 쏟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갈 길, 즉 본인의 능력 및 개성을 살려서 변화에 대처할 방안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간에 너무 보이는 것에만 휩쓸리지 마시고 본인을 믿고 따라갈 수 있는 힘과 역량을 고려대에서 기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